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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어떤 중년의 남성분께서 손에 만원짜리 한 장, 5천원짜리 몇장, 1천원짜리 몇장을 손에 쥔 채 나에게 차비를 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셨다. 내게 접근을 한 순간 다른 남성분에게도 질문을 한 후 거절당한 다음 나에게 오신 것 같았다.
나는 끼고 있던 이어폰을 빼며 잘 안들려서 다시 한번 여쭤보았다.
시외 버스 터미널에 가야하는데 차비가 없다고 하셨다. 1천원짜리가 있냐고 내게 물어보셨다. 나에겐 5천원과 만원짜리가 각각 한장씩 있었다. 그래서 천원짜리는 없고 5천원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2천원을 나에게 주시면서 5천원과 바꿔줄 수 있냐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 말을 들은 순간1). 돈이 아깝다. (혹시 이 사람이 나에게 거짓말을 치는 거라면?)
2). 3천원 정도면 물론 아깝긴 하더라도 선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며 그냥 빌려줄 수 있겠는데? (이 분이 거짓말을 치지 않는다면), 이 2가지 의견이 머릿속에서 계속 부딪혔다.
3). 큰 돈도 아닌데 거짓말이든 진실이든 그냥 좋은 일 했다 생각하고 드리자.
이 생각들이 약 5초간 정말 수백? 수천번 이상 머릿속에서 갈등했던 것 같다. 그때 아저씨께서 옆 가게에서 5천원을 1천원 짜리로 바꾸어서 2천원만이라도 줄 수 없겠냐고 하셨다. 이때 나는 생각을 잠깐 멈추고 다시 여쭈어보았다.
"어디로 가시는데요?" 아저씨의 대답은 "충북"으로 간다고 하셨다.
나는 왜 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주지 않겠다라고 마음을 먹은 것 같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디로 가시는데요?"라고 물어본 후 내게 "충북"이라는 답변이 나오기 전 약 1~2초간 남성 분의 목소리와 행동(?) 들이 내게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판단을 하게 만든 것 같다.
나는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하고 지하철을 타러 돌아섰다.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내내 "나의 판단과 선택은 옳은 것이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또한 "대체 내가 이러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된 계기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단순히 거짓말인가 아닌가에 대한 판단의 계기가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나는 왜 이 사람이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지?"와 같이 내 생각이 왜 이에 대해서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는지 그 근본이 궁금해졌다. 단순히 내가 사람이라서? 사람의 본성이라서? 사회가 내가 이렇게 판단하도록 만든 것인가? 등에 대한 생각이다.
이런 생각, 궁금증을 어디서 풀 수 있는지 궁금하다.